[폴리토크 이양구]우크라이나 전쟁과 대한민국의 역할

2023.07.19 11:56:12

[아래의 글은 폴리토크에 게시된 글을 옮긴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한민국의 역할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벌써 16개월에 접어들었다. 국제사회에서는 전쟁문제 뿐만 아니라 전후 복구문제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5월 중순에 우크라이나 영부인과 제1 경제부총리의 방한을 시작으로 G7 정상회담에서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열렸다. 폴란드에서는 한국, 우크라이나, 폴란드 3자 국제포럼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기도 했다. 민간차원에서도 70여 NGO가 공동으로 설립한 우크라이나 지원 공동대책위에서 인도적 지원과 전후 복구 문제를 둘러싼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77년 만에 발생한 가장 큰 전쟁이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주권, 독립, 영토 보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물론 군비경쟁을 가속화시키면서 유럽을 포함한 유라시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UN의 핵심 가치와 UN 중심의 국제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식량 위기, 에너지 위기, 금융위기, 인플레이션 야기 등 심각한 경제적 위기도 초래하고 있다. 

 

 자칫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또다시 혼란과 무질서, 분쟁과 무력충돌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 세계대전이라는 큰 희생을 치르고서야 구축한 UN 중심의 국제질서마저 와해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심각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잘 마무리되도록, 자유우방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세기의 군사절대강국이었던 러시아와 벌이는 전쟁인 만큼,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폐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가혹하다. 전쟁이 잘 마무리되더라도, 우크라이나에는 전후 재건을 위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다수의 국가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전후복구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2023년 5월 기준 우크라이나 정부 및 주요 기관에서는 재건 비용이 1조달러(우크라이나 GDP의 5배 규모)를 넘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후복구는 유럽의 전통적인 강대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주도할 것이다. 미국은 G7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의 자유민주주의 국가(한국, 일본)들과 폴란드가 동참하는 마셜플랜을 구상하는 듯도 싶다. 중국, 터키와 같은 비 자유진영의 강대국들도 우크라이나의 전후복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동유럽의 거점 국가를 확보하기 위해서 전후복구 사업에 비용도 대면서 자국 기업을 참여시키고 싶어한다. 터키도 근접한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여, 자재 공급 등을 통한 건설 사업에 참여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전후 재건을 통해서 기존 수준의 복구가 아닌 성장을 위한 기초를 만들고자 한다.  Re-Building이 아닌 New-Building으로 전후복구 방향을 설정하려 애쓰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남한의 6배에 이르는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 숙련된 노동력 등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이다. 그동안 친 서방 및 친 러시아 세력 사이의 대립으로 정치가 불안하여 경제발전을 꾀할 수 없었다. 만일 이번 전쟁이 잘 마무리되어, 친 서방 노선이 확고해진다면, 정치불안을 해소하고 본격적으로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으로 유라시아의 심장부에 해당된다. 미국, 유럽 등은 전후 복구를 통해서, 내심 우크라이나를 대한민국처럼 자유민주주의의 성공한 모델로 만들 의향이 없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인정하든 안 하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의 복구모델로 소환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적극 화답할 때다. 유라시아 서쪽에 위치한 우크라이나를 자유민주주의 성공한 국가로 만든다면, 유라시아의 동쪽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성공한 대한민국과 교각지세를 이룰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뿐만 아니라 유라시아의 평화와 번영에도 크게 공헌할 것이다. 이런 시대적, 역사적, 문명사적, 국제 정치적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상생과 번영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제2 북방외교를 다시 펴면서, 글로벌 중추국가로 부상할 수 있다. 그런만큼, 우크라이나의 중요성과 유라시아 지정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절실한 시점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전후복구, 그리고 새로운 전후질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우리에게 선택(option)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must)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later)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now)의 문제이다. 대한민국이 세기적 과제에 적극 동참해서 지정학의 지각변동이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대전환기에 문명발전, 역사발전, 글로벌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양구(前 우크라이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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