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6 (월)

  • 구름많음동두천 28.4℃
  • 구름많음강릉 24.9℃
  • 맑음서울 31.1℃
  • 흐림대전 30.9℃
  • 흐림대구 28.0℃
  • 흐림울산 25.4℃
  • 흐림광주 30.5℃
  • 흐림부산 30.3℃
  • 흐림고창 30.7℃
  • 제주 29.9℃
  • 구름많음강화 27.8℃
  • 흐림보은 28.0℃
  • 흐림금산 31.4℃
  • 흐림강진군 27.4℃
  • 흐림경주시 25.2℃
  • 흐림거제 28.5℃
기상청 제공
배너

[폴리토크 박승준] “구동존이(求同存異)”에 “화이부동(和而不同)”은 정답이 아니다

  • 관리자
  • 등록 2023.07.18 17:49:10

[알려드립니다. 아래의 글은 폴리토크의 글을 게재한 것입니다. ]

 

“구동존이(求同存異)”에 “화이부동(和而不同)”은 정답이 아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68 • 충북 청주시 흥덕구 3선)은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3박4 일간 중국을 다녀왔다. 도 의원의 이번 중국 방문에는 박정, 김철민, 유동수, 김병주, 민병덕, 신현영 6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행했다.

 

모두 7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방중은 6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관저를 찾아가 싱 대사로부터 문제의 말을 듣고 온 1주일 뒤에 이뤄져서 주목을 받았다. 싱하이밍 대사가 한 문제의 말의 요지는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한국의)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며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도종환 의원은 귀국한 다음날 아침인 19일 CBS FM라디오 방송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자신의 방중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시짱(西藏 • 티벳)자치구에서 개최하는 관광문화 엑스포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 문화교류, 관광교류 이런 것들이 확대되고, 특히 청소년 교류로 이어지면서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중관계를 풀 수 있는 일을 이 기회에 할 필요도 있다. …

 

작은 문제가 있지만 우호 교류 협력은 확대되야 한다. 싸우는 사람도 있지만 말리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그쪽에서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표현을 썼어요. 그래서 우리도 ‘화이부동(和而不同)’ 했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를 했고요….” 

 

 중국사람들이 영어로 ‘agree to disagree’라고 번역하는 ‘구동존이’는 1955년 저우언라이 (周恩來, 1898~1976) 총리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반둥 비동맹회의에서 한 연설에서 유래했다.

 

“큰 틀에서 보면 서로 같은 생각이니 공통점을 찾아 먼저 일을 진행하자”는 이 말은 그 뒤로 중국의 중요한 외교협상 전술로, 중국 외교관들 사이에 자주 인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관과 학자들은 언제부터인가 논어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으로 대응해왔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 해 8월10일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외곽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에게 “국익과 원칙에 따라 ‘화이부동’의 정신으로 중국과 협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사람들이 영어로 “harmony in diversity” 라고 번역하는 박진 장관의 화이부동에 대해 왕이 외교부장은 8월24일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식에서 “공자의 말씀을 덧붙인다면 군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래도 중국과 한국이 같은 군자의 도를 추구하는 점은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종환 의원이나 박진 장관에게 귀띔해주고 싶은 말은 중국측이 ‘구동존이’라고 할 때 우리의 대응이나 대답이 ‘화이부동’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시진핑(習近平)이 주도하는 ‘중국몽(中國夢 • 중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중국공산당이 새로 마련한 소수민족 정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화이부동, 구동존이’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화이부동이 더 이상 공자말씀의 화이부동이 아닌 것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중국공산당의 기존 소수민족 정책은 “중국이라는 대 가정 속에서 소수민족의 경제도 함께 발전하는 것”이었으나, 시진핑이 주도하는 이른바 ‘신시대(新時代)’의 소수민족 정책은 ‘소수민족간의 구분이 사라지는 화이부동 구동존이 정책’ 인 것으로 설정됐다. 

 

 칭화(淸華)대학 국정연구소 후안강(胡鞍鋼) 소장이 중심이 되어 만든, 이른바 중국공산당의 ‘제2세대 민족정책’의 요점은 “마르크스 레닌 이론에 따른 계급소멸, 국가소멸, 민족소멸을 이루기 위한 소수민족 기본 정책으로 화이부동과 구동존이 이론”이다. 따라서 도종환 의원이 최근 티벳여행을 하면서 중국측의 ‘구동존이’에 대해 ‘화이부동’이라고 응답한 것은 결코 잘한 일이 아닌 것이다.

 

 박승준(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전 조선일보 북경지국장) 

 

 

폴리토크 전체기사 보로가기 (클릭하세요!)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