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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토크 조동근] 용서받지 못할 죄, ‘성찰과 반성 부재’의 괴담선동

  • 관리자
  • 등록 2023.07.19 11:47:34

[알려드립니다. 아래의 글은 폴리토크에 게시된 글을 게재한 것입니다]

 

용서받지 못할 죄, ‘성찰과 반성 부재’의 괴담선동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는 소금과 생선밖에 없던 베네치아 공화국이 천년 동안 번영을 누렸던 비결로 ‘페카토 모르탈레(Peccato Mortale)’를 들었다. 라틴어로 ‘용서받지 못할 죄’이다. 엄중하게 물은 죄는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는 죄, 그리고 기업가가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죄이다. 공직자의 위선과 무능, 기업인의 나태와 무사안일을 큰 죄로 지목했다. 

 

 이러한 ‘페카토 모르탈레’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정(自淨) 된다.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기업은 존속하지 못한다. 시장의 처벌기능이 그같은 기업은 솎아낸다.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면 즉각적이지는 않지만 ‘정치시장’이 부패정권을 응징한다. 퍼주기로 환심을 사 집권한 정권은 일정 시차를 두고 모두 실각한다. 아르헨티나, 베네주엘라 그리고 그리스 사례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한국적 현실에서 진짜 ‘용서받지 못할 죄’는 정치투쟁 일환으로서의 ‘괴담 선동’이다. 괴담 선동은 정권의 약한 고리를 뚫고 나타난다. 괴담의 원조는 좌파 환경단체 및 일부 교수들이 벌인 인천 신공항 건설 반대 괴담이다. 

 

 

 대선 패배의 열패감을 괴담으로 쏟아내 

 

 1987년 노태우 후보의 6.29 선언은 ‘신의 한수’ 였다.  6.29선언은 ‘군정 종식’을 갈망했던 민주화 세력에게 ‘회복불가의 정치적 치명상’을 입혔다. 설상가상으로 김영삼·김대중 후보의 분열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된다. 노태우 정부는 1989년 1월에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를, 1992년 6월에 ‘수도권 신공항 건설계획'을 발표한다. 전국의 좌파 환경단체와 일부 교수는 신공항 건설을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속내는 노태우 대통령에 대한 반대다. 그 기저에는 정권창출 실패에 대한 상실감이 깔려 있었다. 

 

 출발은 우려표명이었다. “갯벌을 매립해서 만든 공항이기 때문에 공사 완료 후에 지반이 침하하고 갯벌 퇴적층의 다양한 특성으로 침하의 양상을 예측하기 어려워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활주로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이같은 주장은 항공기 사고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괴담화‘된다. “영종도 일대를 이동하는 철새가 30만마리나 돼 항공 참사의 위험이 높다”는 주장도 괴담의 소재가 됐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에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누구도 '이같은 괴담'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괴담은 과학의 외피를 두른 저열한 ’정치투쟁‘의 수단이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가 거세게 일었다. 좌파 공중파 방송은 종교인, 시민단체와 손잡고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괴담을 퍼뜨렸다. 초등학생들까지 부모 손을 잡고 광장에 나서 'MB 아웃'을 외쳤다. 정동영 후보를 500만표 이상 차이로 압승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투쟁이었다. 지금까지 미국산 수입 소고기로 인한 광우병은 없었지만,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아니면 말고’의 정치적 무책임이 정치문화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괴담의 소재는 상상을 초월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2006년 좌파 환경단체들이 경부고속철도 건설현장인 천성산 터널 공사현장에 나타나 ‘터널을 뚫으면 늪의 물이 빠져 도룡뇽들이 다 죽는다’며 공사를 막아섰다. 사업은 1년여 지연됐고, 대한상공회의소 추정 2조5천억원의 기회손실이 발생했다. 천성산 도룡뇽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당시 공사를 막았던 이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대통령 자신이 괴담의 주인공이 되는 나라 

 

 괴담은 진정되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문재인 전대통령은 후보시절인 2016년 12월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를 관람하며 눈물을 흘린 것이 보도되었다. 그는 "판도라(원전)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라 판도라 상자 자체를 치워야 한다"고 했다. 본인이 직접 나서 원전사고 '괴담'을 퍼뜨리고 5년 내내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여 ‘원전생태계 초토화’라는 큰 재앙을 국가 전체에 남겼다. 

 

 그는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원전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고까지 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을 위해 ‘경제성 조작’ 사건이 벌어졌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야심한 밤에 전직 장관과 현직 공무원이 함께 파일을 지우기 위해 사무실에 무단 출입하기도 했다. 왜 파일을 삭제했냐는 질문에 ‘신내림’을 받았다는 이해 못할 답변을 내놨다. 

 

 그런 문대통령은 퇴임 직전 "한국 원전은 가장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다", "향후 60여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말을 바꿨다. 한마디 사과도 반성도 없이. 우리나라는 어느 틈에 '아니면 말고'식 괴담의 주인공이 대통령인 나라가 되었다. 

 

 탈원전 정책은 새로운 에너지원 발굴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 사업을 밀어붙였다. 태양광 산업은 문재인 정권의 ‘산타 선물’ 이었다. 태양광 산업의 사다리식 먹이사슬은 정권이 바뀌면 필연적으로 드러나게 되어있다. 감사원은 최근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를 통해 공공기관 8곳 임직원 250여명이 본인이나 가족 이름으로 태양광 사업을 하며 보조금을 나눠 가진 것으로 확인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국가 에너지 정책을 이끌어가야 할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이권 카르텔을 형성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위세를 떨쳤던 괴담사례는 차고 넘친다.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때 북한 어뢰로 인한 침몰이라는 군당국의 조사결과가 발표되었음에도 좌파진영에서 ‘자작극 논란’에 불을 지폈다. 2014년 세월호 사건 때는 야당 유력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미국 잠수함과의 충돌설을 제기했다. 괴담의 끝판왕이다. 

 

 최근 경북 성주에 있는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됐다. 국방부와 환경부는 “지난달 11일 국방부 국방시설본부가 접수한 성주 사드기지 환경영향평가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공군과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실측자료에 따르면 전자파 측정 최대값은 인체보호기준 53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로써 ‘사드 전자파에 튀겨진 참외’라는 괴담이 허위로 밝혀졌다. 

 

 

아니면 말고'식 괴담이 판치지 않게 하려면 

 

 ‘아니면 말고'식의 괴담이 셀 수 없을 만큼 발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괴담의 이목집중 효과’에 탐닉했기 때문이다. 특정 이미지를 선점하면 일단 ‘기정사실화’ 된다. 그리고 괴담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을 때, 이를 발설한 사람에게 청구되는 금전적 · 비금전적 비용이 너무 적어 ‘억지기능’이 발휘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괴담 공화국'이다. ‘아니면 말고’식 거짓 선동과 악의적 허위 사실이 난무한다. 그야말로 죄의식과 도덕감정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마침 내년이 총선이다. 질 낮은 국회의원을 골라내야 정치수준이 올라간다. ‘아니면 말고'식 괴담에 연루된 정치인을 골라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가장 용서하지 못할 죄’가 바로 ‘성찰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죄’이기 때문이다.

 

조동근(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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