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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토크] 반국가사범 처벌을 위한 법령 정비 서둘러야

  • 관리자
  • 등록 2023.07.19 11:59:24

[알려드립니다. 아래의 글은 폴리토크에 게재된 글입니다]

 

반국가사범 처벌을 위한 법령 정비 서둘러야 

 

 세계는 지금 총성없는 정보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나 한국은 무방비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경제 양 측면에서 협공을 받고 있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개발해 공공연히 대한민국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고 위협한다. 국내에는 자생적인 간첩은 수를 셀 수 없이 많고, 북한과 연계한 간첩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정부가 간첩수사 전문성을 갖고 있는 국정원의 간첩수사를 법적으로 2024년부터 못하게 막았다. 간첩활동 천국을 만들고 있다.

 

 중국은 패권국 지위 확보를 위해 세계 도처에서 첨단기술을 절취하고, 공자학원과 차하얼학회를 내세워 영향력 확대공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친중국 세력을 육성해 이들이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도록 하고, 여론을 조작·왜곡하는 등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공작을 전개하고 있다. 2018년 호주 상원의원 ‘샘 데스티에리’에게 뇌물을 제공하며 입장을 대변하도록 사주했던 사건, 중국인 여성 변호사 ‘크리스틴 리’가 중국 영향력 공작 전담부서인 통일전선공작부 지시에 따라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에게 50만 파운드를 지원하며 포섭을 시도하다 2022년 1월 영국 방첩기관(MI5)에 적발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은 세계를 대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조용한 침공’을 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제조업 굴기를 위한 반도체 등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산업스파이 활동을 세계 도처에서 벌이고 있다. 중국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전 세계 최고 인재 1,000명을 유치하겠다는 이른바 ‘천인(千人)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돈으로 선진국의 기술인재를 협조자로 만들거나 데려와 기술유출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미국 하버드대 화학 교수가 중국 정부로부터 월 5만달러의 연구비를 받고 첨단정보를 유출해 오다 미국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중국의 왕성한 기술욕구 앞에 한국 제조업도 안전하지 않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연구에서 생산까지 전분야 공정 최고전문가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통째로 복사한 공장을 중국에 설립하려다 적발되어 구속·기소되었다. 국내 기업의 의료 로봇기술 파일 1만여 건을 빼돌린 중국 국적 연구원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2월엔 삼성전자 기술을 빼돌린 뒤 반도체 세정장비를 제작해 중국 기업과 연구소에 넘긴 연구원과 기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산업기술의 해외유출에 따른 피해는 112건으로 26조원을 상회하며, 이중 36건이 국가핵심기술이었다. 그런데 우리 현행법은 기술유출 범죄자를 1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최근 8년간 기술 유출 관련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80%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산업기술 유출사건의 무죄율은 34.6%로 전체 형사사건 무죄율의 11배에 달한다. 

 

 미국ㆍ독일ㆍ프랑스ㆍ러시아ㆍ중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국들은 자국 ‘형법’상 간첩죄의 적용대상을 외국, 외국인, 외국단체로 폭넓게 명시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는 간첩죄 행위범위에 국가기밀 또는 군사정보뿐만 아니라 산업기밀ㆍ영업비밀과 같은 기타정보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 형법에 간첩죄는 구성요건을 ‘적국을 위한 간첩행위’로 한정하고 있어 북한이 아닌 외국, 외국단체 등에 기밀을 유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간첩죄를 적용하기가 어렵다.

 

기무사 소속 소령이 2013~5년간 중국 안전부 요원에게 군(軍) 기밀 30여건을 수차례에 걸쳐 유출했으나 형법상 간첩죄가 아닌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2017년 징역 4년밖에 선고받지 않았다. 특히 좌파정부는 북한을 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간첩죄 자체가 유명무실화 되었다. 국가보안법(4조)도 목적수행죄를 간첩죄로 의제해서 처벌하기 때문에 형량이 높지도 않고,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민주화유공자로 대우받으며 떳떳하게 생활할 수 있어 간첩활동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는 나라가 되었다. 

 

 여기에다 고장난 통신비밀보호법이 21년째 방치되고 있어 디지털 시대에 간첩, 테러, 산업스파이를 잡을 실질적 수사역량 발휘에 애로를 겪고 있다. OECD 국가중에 한국만이 휴대전화에 대한 범죄수사 감청이 안되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디지털 통신서비스가 본격화되기 전인 1992년에 제정되었기 때문에 디지털 통신을 악용하는 범죄자에 대해 감청을 할 수가 없다.

 

통신제한 조치 협조의무를 법에 규정하여 통신기관의 협조 필요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했으나 시행령이 정비되지 않고 있다. 디지털 통신감청을 위해서는 통신기관에서 감청에 필요한 협조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통신기관의 설비구비 의무화가 법제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구비하지 않는다. 국가안보와 국민생명의 위협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되어도 증명력 있는 조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자유대한민국 체제와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정비가 필요하다.

 

 우선 형법상(98조) 간첩죄 적용대상을 현행 적국에서 북한, 외국, 외국단체로 확대하고 객체에 대해서도 국가기밀뿐 아니라 국가핵심기술 등 국가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까지 확대하여야 한다. 

 

 다음은 고장난 통신비밀보호법을 디지털 환경에 맞게 감청이 가능하도록 개정해야 한다. 정보통신사업자의 감청 협조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감청협조 설비구축 비용보전, 협조의무 위반 처벌 등을 명문화하고 설비의 용량, 규격, 성능 기준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토록 해야 한다. 또한 국가핵심기술 등 국부유출 방지를 위해 통비법 5조(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 조치 허가요건)에다 산업기술의 유출 및 침해행위죄를 추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반국가 사범한테 회복 불가능하게 사회적 피해가 가도록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간첩행위에 대해서만은 무관용의 원칙을 철저히 적용해 가석방, 사면불가 범죄로 규정하고, 인적·물질적·사회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간첩활동이 자랑스럽고 권력이 되는 나라가 절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범찬 (중원대 교수, 전 영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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